상자텃밭으로 아파트 베란다에서 도시농부 되기

백수의 취미생활

상자텃밭으로 아파트 베란다에서 도시농부 되기

열정은 이미 피아니스트 2021. 5. 31.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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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재배한 모둠 상추를 먹을 수 있는 날을 고대하며

구청에서 발간하는 소식지가 매달 25일 즈음이면 우편함 아래에 잔뜩 쌓여 있다. 요즘은 워낙 볼거리가 많다 보니 구청 소식지를 거들떠보지 않는 사람들이 많지만, 필자는 빠뜨리지 않고 꼬박꼬박 챙겨보고 있는데, 볼 때마다 꼭 한 가지 씩은 유용한 정보가 있다. 지난 달에 읽었던 소식지에 상자텃밭 가꾸기 참여자를 선착순으로 모집한다는 공지가 있었다. 해당 페이지를 스크랩해 두었다가 신청이 시작되는 날 아침에 구청 홈페이지에 접속해 온라인 접수에 성공했다.

개인적으로 상자텃밭을 구매해도 되지만, 굳이 선착순 접수에 도전했던 이유는 금액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상자텃밭(63cmⅹ50cmⅹ30cm), 배양토 50리터, 모둠상추 씨앗 한 포로 구성된 한 세트가 총 4만 원인데, 40%는 서울시에서, 40%는 구에서 지원해 주기 때문에 자기 부담금 8천 원만 내면 된다. 개인의 경우, 1인당 2세트까지 신청이 가능하다고 해서 2세트를 신청하고 1만 6천 원을 납부했고, 토요일인 그저께 드디어 기다리던 상자텃밭 세트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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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트니까 택배 상자가 엄청나게 크겠구나 했는데, 택배업체가 아니라 생산업체 직원이 직접 문 앞까지 배송해 주었다. 박스에 포장되어 있지는 않았으며, 상자텃밭 안에 씨앗을 담고, 그 위에 배양토를 얹어서 전달해 주었다. 배양토 한 봉지만 해도 쌀 20kg 정도 되는 엄청난 부피였으니 박스에 넣는 것이 무리였을 것이다. 괜히 박스를 사용해서 쓰레기만 나오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도착한 상자텃밭 안에는 받침판, L자 호스 1, 흡수봉 2, 바퀴 4개 등 부속품이 들어 있었다. 상자텃밭을 엎어 놓고, 네 귀퉁이에 바퀴를 달았다. 상자텃밭에 바퀴를 부착하는 이유는 상자텃밭을 지면과 떨어뜨려 지열에 의한 직접적인 온도 상승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엎어졌던 상자텃밭을 바로 세운 뒤, 상자텃밭 안에 받침판을 깔고, 두 곳에 흡수봉 2개를 꽂았다. 흡수봉은 받침판 아래에 있는 물을 삼투압 작용으로 작물로 흡수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실내라면 평균 4~5일마다, 실외라면 평균 2~3일에 한 번씩 물을 주면 된다고 쓰여 있었다.

또한, 상자텃밭 아래 쪽의 한쪽 배수구에 L자 호스를 끼웠다. 장기간 외출시에 L자 호스의 중간 정도로 물을 채워 놓으면, 10~20일 정도는 물 걱정을 안 해도 된다고 한다.

상자텃밭의 세팅을 마친 후, 50리터의 배양토를 상자텃밭에 부었는데, 상자가 넘칠 정도로 배양토가 많아서 옆의 상자텃밭에 남은 배양토를 부었다. 2개의 상자텃밭을 채우는데 배양토 70리터 정도를 사용했으며, 남은 배양토 30리터는 밀봉해서 잘 보관해 두었다. 작물이 자라는데는 배양토만 있어도 되며, 흙을 넣고 싶다면 배양토와 섞어서 넣으라고 설명서에 쓰여 있었다. 미리 준비한 흙이 없어서 배양토만 부었는데, 흙을 섞었다면 배양토 50리터 한 봉지만 개봉해도 충분했을 것이다.

설명서의 작물 재배 요령을 읽어보니 상추 같은 잎 채소 씨앗은 줄뿌림을 하고, 열무같이 큰 씨앗은 점뿌림을 한다’, ‘씨앗을 심은 후 흙은 씨앗 크기의 2~3배 정도 덮어주고, 흠뻑 물을 준다’, ‘모종을 심을 때는 구덩이를 파고 물은 준 다음에 심고, 흙을 덮어준다라고 쓰여 있었다. 설명서에 적힌 대로 줄뿌림으로 씨를 뿌려주고 흙을 덮은 후, 물을 흠뻑 주었다. ,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흙을 너무 두텁게 덮은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씨앗이 굉장히 작아서 2~3배를 정확히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씨를 뿌린 지 이틀이 지난 오늘까지 아직 싹은 보이지 않는다. 직접 재배한 모둠 상추를 먹을 수 있는 날을 고대하며, 오늘 아침에 상자텃밭에 물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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